한국 국회 찾아온, 학살에서 살아난 두 명의 '응우옌티탄'
한국 국회 찾아온, 학살에서 살아난 두 명의 '응우옌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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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건우, 유성호 기자]
▲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 1층 로비를 찾은 베트남 퐁니·퐁넛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왼쪽)과 하미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이 기자회견을 앞두고 베트남어로 직접 쓴 성명문을 통역사와 함께 읽어보고 있다.
ⓒ 복건우
"두 분 이름이 같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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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소통관 1층 로비 직원이 방문신청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느 신청서와 다를 것 없는 종이에 익숙지 않은 외국어가 적혔다. 소통관은 기자·직원·당직자가 아닌 이상 2층 기자회견장에 가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방문신청서에 자기 나라말로 적힌 이름 아래 서명한 두 사람도 그랬다. '베트남전 피해생존자 국회 기자회견.' 수입의류 공구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두 피해 생존자가 기자회견장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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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로 한국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한 퐁니·퐁넛 마을 응우옌티탄씨, 하미 마을 응우옌티탄씨와 이학영 국회 부의장,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베트남전쟁문제의정의로운해결을위한시민사회네트워크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베트남전 진실규명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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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로 한국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한 퐁니·퐁넛 마을 응우옌티탄씨, 하미 마을 응우옌티탄씨와 이학영 국회 부의장,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베트남전쟁문제의정의로운해결을위한시민사회네트워크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베트남전 진실규명법연체이력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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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티탄(Nguyễn Thị Thanh).
응우옌티탄(65)과 응우옌티탄(68). 베트남 퐁니·퐁넛 학살 피해비과세월복리
생존자 응우옌티탄과 하미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아래 퐁니 탄과 하미 탄). "같은 이름을 갖고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동명이인이자 "집단학살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두 피해생존자가 19일 오전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두 사람이 함께 한국 국회를 찾은 건 2018년 이후 두 번째다.
18일부터 23일까지 한베평화재단 초청으로 두 sbi저축은행 연봉
사람이 베트남에서 한국을 방문한 둘째 날이었다. 베트남전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진실규명에 힘써 온 권현우(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임재성(변호사)·김남주(변호사) 등이 동행했다. 이제는 "다른 피해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퐁니 탄과, 이번엔 "한국의 가장 높은 곳에 진실을 가져가겠다"는 하미 탄이 국회를 향해 증언을 시작했다. 학살 이후 57년, 그들자연산약초
에게 '진실'은 무엇이고 '규명'은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이 읽어 내려가는 성명문을 따라가자, 두 사람의 방한을 도왔던 권현우·임재성·김남주의 설명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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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찾은 베트남전 학살 피해 생존자 “한국 정부 인정하고 사과하길 바란다" ⓒ 유성호
▲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로 한국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한 퐁니·퐁넛 마을 응우옌티탄씨, 하미 마을 응우옌티탄씨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이학영 국회 부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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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우리가 이야기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선 퐁니 탄과 하미 탄이 7년 만에 강조한 단어는 '진실'이었다.
"우리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돈도 권력도 없습니다. 하지만 기억과 진실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진실이고, 그 진실에 바탕한 진심 어린 사과입니다.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진실을 규명하고 복원하는 것. 두 사람이 57년간 같은 증언을 수없이 반복한 이유였다. 전날(18일)에도 퐁니 탄은 국가배상소송 마지막 판결을 앞둔 대법원 앞에서, 하미 탄은 자신의 행정소송 변론기일이 열린 서울중앙지법에서 57년 전 학살을 증언했다. 증언해 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 일어난 것처럼 생생한" 기억을 한국 정부는 "거부"했고 "인정"하지 않았다.
"끔찍한 학살(cuộc thảm sát kinh hoàng)"이라는 말이 두 사람의 입 밖으로 나왔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에서 '그 학살'이 벌어졌다. 한국군 청룡부대(해병 제2여단)가 마을에 들이닥쳐 민간인 74명을 죽였다. 8살 소녀였던 퐁니 탄은 왼쪽 옆구리에 총상을 입었다. 어머니(판티찌)와 언니(응우옌티쫑)와 남동생(응우옌득쯔엉)과 사촌동생(도안테민)과 이모(판티응우)가 목숨을 잃었다. 다친 몸으로 어머니를 찾다 구조된 퐁니 탄은 그때의 총상 자국을 지금도 갖고 있다.
'그 학살'은 열흘 뒤(1968년 2월 22일) 퐁니·퐁넛 인근 하미 마을로 이어졌다. 방공호 속으로 수류탄이 날아왔다. 한국군이 민간인 135명을 살해했다. 하미 탄도 퐁니 탄처럼 가족 5명을 잃었다. 어머니(레티토아이)와 남동생(응우옌반떰)과 작은어머니(팜티스)와 두 사촌동생(응우옌반닷·응우옌티씨)이 숨졌다. 하미 탄은 수류탄에 파편상을 입고 왼쪽 청력을 상실했다.
이 '퐁니·퐁넛 학살'과 '하미 학살'을 두 사람은 함께 기억하고 함께 증언했다.
"우리는 끔찍한 학살 피해를 겪었습니다. 우리는 집단학살로 가족을 잃고 부상을 입고 극적으로 살아남은 고통의 기억과 상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남동생을 잃고 전쟁고아가 된 우리의 어린 시절은 너무도 처참하게 닮았습니다."
학살로부터 52년이 지난 2020년에야 퐁니 탄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1심과 2025년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당시 한국군의 학살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고 생명과 신체를 침해하는 행위"(항소심 판결문)로 판단됐다. 하지만 항소심에 불복한 한국 정부(국방부)의 상고로 퐁니 탄의 재판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하미 탄은 2020년 진실화해위(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으나 각하됐다. "베트남전 시기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은 (조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2023년 서울행정법원에 각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낸 하미 탄은 1심에서 패소한 뒤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증언할 때마다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는 두 사람이 이날 다시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는 그것이 "피해자들의 소임"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 정부가 자신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한 답을 줘야 한다며 두 사람이 입을 모았다.
"국방부는 더 이상의 재판을 멈추고, 진실을 인정하고, 재판부 판결에 따라 배상하고 사죄하십시오. 진실화해위가 다시 출범한다면 반드시 하미 학살의 진실을 규명해 주십시오. 한국 정부는 베트남 중부의 다른 한국군 학살 피해에 대해서도 반드시 진실규명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진정한 평화에 필요한 일들을 계속 이야기할 것입니다."
규명
두 사람의 증언은 국회의 사과로 이어졌다.
"두 분께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전합니다."
기자회견을 마친 퐁니 탄과 하미 탄은 손을 잡고 국회 본청으로 이동해 이학영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경기 군포시)과 처음으로 면담을 했다. 이 부의장은 "사죄"에 이어 "죄송하다"와 "미안하다"는 말로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힘든 세월을 살아오신 두 분께 국민의 한 사람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대한민국이 이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사죄하고 보상까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회에선 베트남전 진실규명을 위한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일정이 이어졌다. 퐁니 탄과 하미 탄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베트남전 인권침해 진실규명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베트남전 진실규명 특별법은 지난 20·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21대 국회 강민정 전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별법엔 이재명 대통령도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2023년 2월 민주당 대표 시절 퐁니 탄의 국가배상소송 1심 판결이 나오자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법원이 베트남전에 파병된 우리 군대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을 냈다. 법원의 판결을 지지한다"라며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 전향적 태도를 취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 정상호 한베평화재단 운영이사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베트남전 인권침해 진실규명을 위한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국군에 의한 민간인 및 파병군인에 대한 인권침해 진실규명법' 제정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 한베평화재단
임재성·김남주 변호사와 권현우 사무처장은 국회 차원의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가칭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국군에 의한 민간인 및 파병군인에 대한 인권침해 진실규명법'이다. 이들은 "진실규명법을 제정해 인권침해 실태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진실규명과 피해자 존엄 회복을 위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국회 결의안 채택과 국회의원 모임 결성 등을 국회에 요구했다.
정상호 한베평화재단 운영이사도 이날 토론회에서 "그동안 베트남 전쟁은 '불편한' 역사에서 '진실'의 역사로 크게 나아갔다"라며 "국민들의 인식은 빠르게 변해왔는데 국회와 정부는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많은 국회의원들이 베트남전 진실규명법을 위해 반드시 큰 뜻을 모아주시리라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퐁니 탄과 하미 탄은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면담에 함께한 이학영 부의장에게 자신들의 "소원"을 풀어달라고 했다.
"새 정부와 대법원이 제 국가배상소송을 다룰 때 피해생존자의 입장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줬으면 합니다. 국방부가 상고심을 취소했으면 합니다." (퐁니 탄)
"진실화해위는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합니다. 진실을 외면하는 한국 정부는 조용합니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바뀌면서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게 됐는데, 우리도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피해를 한국 정부가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미 탄)
두 사람은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인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베트남전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청원을 제출할 예정이다. 청원 제목은 '새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진실규명 촉구 청원'이다. 총 서명 1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19일 오후 4시 기준 7063명). 두 사람은 이후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 다낭으로 출국한다.
▲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로 한국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한퐁니·퐁넛 마을 응우옌티탄씨, 하미 마을 응우옌티탄씨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이학영 국회 부의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 유성호